생각정리 그만하고 생각코딩하라

생각정리 그만하고 생각코딩하라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요.” “할 일은 많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책을 읽어도 돌아서면 까먹어요.”

현대인의 고민이다. 정보는 쏟아지는데 머리는 하나다. 아침에 일어나면 처리해야 할 메일이 50개, 읽어야 할 기사가 100개, 봐야 할 영상이 500개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정리’에 매달린다. 마인드맵을 그리고, 노트 앱을 바꿔가며 정리하고, 색색의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다.

하지만 왜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할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하는 건 ‘정리’가 아니라 ‘쌓기’였기 때문이다.

생각정리의 함정: 왜 정리해도 복잡할까

김 과장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아침 7시, 출근길에 경제 뉴스를 본다. “아, 이거 중요하네.” 네이버 메모에 복사해 넣는다. 9시, 팀 회의. 중요한 내용을 노션에 정리한다. 점심시간, 자기계발 유튜브를 본다. 좋은 내용이다. 캡처해서 갤러리에 저장한다. 오후 3시, 업무 관련 자료를 찾다가 좋은 블로그를 발견한다. 북마크에 추가한다.

퇴근 후, 김 과장은 생각한다. “오늘도 열심히 정보를 모았어. 정리도 잘했고.”

정말 그럴까?

일주일 후, 김 과장은 어떤 자료가 어디 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네이버 메모, 노션, 갤러리, 북마크…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들. 찾는 것보다 새로 검색하는 게 빠르다.

이게 대부분 직장인의 현실이다. 우리는 정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디지털 창고에 물건을 던져 넣고 있을 뿐이다.

整理의 비밀: 한자가 알려주는 진실

‘정리(整理)’라는 단어를 뜯어보자.

整(가지런할 정) + 理(다스릴 리)

여기서 주목할 건 ‘리(理)’다. 理는 단순히 ‘다스리다’가 아니다. 옥(玉)을 다듬어 결(里)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보석의 결을 찾아내듯, 정보의 핵심 구조를 드러내는 것. 그게 진짜 정리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건 整(가지런히 하기)에 그쳤다. 보기 좋게 배열하고, 폴더에 넣고, 라벨을 붙였다. 하지만 理(구조 파악)는 하지 않았다.

마치 도서관에 책을 꽂아놓기만 하고, 읽지 않은 것과 같다.

생각코딩: 두뇌가 좋아하는 정리법

그렇다면 진짜 정리는 뭘까?

답은 ‘생각코딩’에 있다.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떠올려보자. 그냥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는다. 코딩을 통해 구조화하고, 압축하고, 연결한다. 그래야 필요할 때 빠르게 꺼내 쓸 수 있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인지과학자들은 발견했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는다. 대신 3단계 프로세스를 거친다:

  1. 부호화(Encoding): 정보를 뇌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
  2. 통합/저장(Storage): 기존 지식과 연결하여 의미 있게 보관
  3. 인출(Retrieval):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꺼내 사용

생각코딩은 바로 이 프로세스를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로지컬씽킹: 생각을 구조화하는 기술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핵심은 ‘로지컬씽킹’이다.

1단계: 정보를 해체하라

예를 들어, 이런 문장을 읽었다고 하자: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30분 운동은 뇌의 BDNF를 증가시켜 기억력을 20% 향상시키고, 우울증 위험을 30% 감소시키며,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40% 낮춘다.”

대부분은 이걸 통째로 외우려 한다. 또는 전체를 형광펜으로 칠한다.

생각코딩은 다르다. 먼저 해체한다.

  • 주제: 운동의 효과
  • 조건: 하루 30분
  • 메커니즘: BDNF 증가
  • 결과1: 기억력 20% ↑
  • 결과2: 우울증 30% ↓
  • 결과3: 심혈관 질환 40% ↓

2단계: 구조를 파악하라

해체했으면 관계를 본다.

운동(원인) → BDNF 증가(매개) → 세 가지 효과(결과)

이게 이 정보의 뼈대다. 나머지는 살이다.

3단계: 핵심만 남겨라

“30분 운동 → BDNF → 뇌/마음/몸 개선”

9단어로 압축됐다. 하지만 정보의 본질은 그대로다.

실전 사례: 책 한 권을 한 페이지로

김 대리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한다. 한 달에 5권은 읽는다. 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기억나는 게 없다.

“그… 뭐였더라… 좋은 내용이었는데…”

왜 그럴까? 김 대리의 독서법을 보자:

  1.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2. 좋은 문장에 밑줄 긋는다
  3. 다 읽고 뿌듯해한다
  4. 책장에 꽂는다

정보를 통째로 머리에 쑤셔 넣으려 한 것이다.

생각코딩으로 접근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책을 읽기 전: 목차로 뼈대 잡기

목차는 저자가 만든 사고의 지도다. 먼저 이걸 파악한다.

예시: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Part 1: 아주 작은 습관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
  • Part 2: 첫 번째 법칙 – 분명하게 만들어라
  • Part 3: 두 번째 법칙 –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 Part 4: 세 번째 법칙 – 쉽게 만들어라
  • Part 5: 네 번째 법칙 – 만족스럽게 만들어라

구조가 보인다. 습관의 원리 → 4가지 법칙. 이게 전부다.

책을 읽으며: 핵심 추출

각 장에서 핵심 한 문장만 뽑는다.

  • 습관의 정의: “매일 1%의 개선이 만드는 복리 효과”
  • 법칙1: “실행 의도 – 언제, 어디서를 명확히”
  • 법칙2: “유혹 묶기 –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연결”
  • 법칙3: “2분 규칙 – 시작을 극도로 쉽게”
  • 법칙4: “습관 추적 – 진행을 눈으로 확인”

책을 읽은 후: 한 페이지 정리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생각코딩 정리

[핵심 공식]
1.01^365 = 37.78 (매일 1% 개선)
0.99^365 = 0.03 (매일 1% 퇴보)

[4단계 습관 형성 법칙]
① 신호 → ② 열망 → ③ 반응 → ④ 보상

[실전 적용 4법칙]
1. 분명하게 (신호)
   - 실행 의도: "나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한다"
   - 습관 쌓기: [현재 습관] 후에 [새 습관]을 한다

2. 매력적으로 (열망)
   - 유혹 묶기: [필요한 일] 후에 [하고 싶은 일]
   - 환경 조성: 좋은 습관의 신호를 곳곳에 배치

3. 쉽게 (반응)
   - 2분 규칙: 모든 습관을 2분 이내로 축소
   - 환경 설계: 마찰을 줄이고 장애물 제거

4. 만족스럽게 (보상)
   - 습관 추적: 캘린더에 X 표시
   - 즉각 보상: 작은 성취감 느끼기

[나쁜 습관 제거 = 역법칙]
보이지 않게 + 매력적이지 않게 + 어렵게 + 불만족스럽게

300페이지가 1페이지가 됐다. 하지만 6개월 후에도 기억날 것이다. 왜? 구조화했으니까.

디지털 시대의 생각코딩 도구

“좋은 건 알겠는데, 매번 이렇게 하기 힘들잖아요.”

맞다. 그래서 도구를 활용한다.

1. 개념 지도 (Concept Map)

마인드맵과 다르다. 마인드맵은 가지치기, 개념 지도는 관계 표현이다.

[운동] --증가시킴--> [BDNF]
           |
           ├--향상--> [기억력]
           ├--감소--> [우울증]
           └--예방--> [심혈관질환]

관계가 보이면 이해가 깊어진다.

2. 코넬 노트 시스템 2.0

전통적 코넬 노트:

  • 필기 공간 | 핵심어 | 요약

생각코딩 버전:

  • 정보 입력 | 구조 파악 | 핵심 코드

예시:

[정보 입력]
스티브 잡스는 매일 같은 옷을 입었다.
결정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다.
중요한 결정에 에너지를 아끼려 했다.

[구조 파악]
목적: 결정 피로 감소
수단: 일상적 선택 자동화
결과: 중요한 일에 집중

[핵심 코드]
"일상은 자동화, 중요한 건 집중"

3. 제텔카스텐 디지털 버전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평생 9만 장의 메모로 50권의 책을 썼다. 비결은 ‘제텔카스텐’ 시스템이었다.

핵심 원리:

  • 하나의 메모에 하나의 아이디어
  • 모든 메모는 연결 가능
  • 새로운 조합에서 통찰 탄생

현대판 적용:

  • 노션의 백링크 기능
  • 옵시디언의 그래프 뷰
  • 로그시크의 블록 참조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각코딩

회의할 때

Before: “오늘 회의 내용… 어… 뭐였더라…”

After:

[2024.3.15 마케팅 회의]
목표: Q2 매출 20% 증대
문제: 전환율 저조 (2.3%)
해결책: A/B 테스트 → 랜딩페이지 개선
액션: 3/20까지 디자인 시안 3개

책 읽을 때

Before: “좋은 책이었어… 근데 뭐가 좋았더라?”

After: “저자의 핵심 주장 + 근거 3개 + 내 생각 1개”

강의 들을 때

Before: “PPT 100장을 다 받아 적어야 해!”

After: “강사가 3번 이상 반복한 것만 적자. 그게 핵심이다.”

생각코딩의 놀라운 효과

이렇게 3개월만 해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1. 기억력이 좋아진다

하버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정보를 구조화하면 기억 유지율이 40% 증가한다.

왜? 뇌는 패턴을 좋아한다. 낱개 정보 100개보다 구조화된 정보 10개를 더 잘 기억한다.

2. 문제 해결력이 향상된다

복잡한 문제도 구조화하면 간단해진다.

“매출이 안 올라요” (막막함) → “객단가는 유지, 방문자는 증가, 전환율이 문제” (명확함)

3.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해진다

“저… 그게… 뭐라고 해야 하나…” → “세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둘째… 셋째…”

상사가 좋아한다. 동료가 이해한다. 고객이 신뢰한다.

주의사항: 생각코딩의 함정

1. 과도한 구조화

모든 걸 구조화하려 하면 오히려 경직된다.

“오늘 날씨 좋네요” “날씨의 좋음을 세 가지로 분석하면…”

이러면 안 된다. 일상 대화는 자연스럽게.

2. 완벽주의

“완벽하게 구조화할 때까지 시작 못 해!”

70% 구조화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하면서 보완한다.

3. 도구에 매몰

“노션 vs 옵시디언 뭐가 좋아요?” “템플릿 100개 다운받았어요!”

도구는 도구일 뿐. 종이와 펜으로도 충분하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생각코딩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오늘 저녁, 하루를 3줄로 정리해보자.

[2024.3.15]
핵심 사건: 프로젝트 승인
배운 점: 숫자로 말하면 설득력 증가
내일 할 일: 실행 계획 수립

일주일만 해도 변화가 보인다. 한 달이면 습관이 된다. 3개월이면 남다른 사람이 된다.

마무리: 정리가 아닌 설계

우리는 지금까지 정보를 정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은 쌓기만 했다.

이제 진짜 정리를 시작하자. 아니, 정리를 넘어 설계하자.

생각을 코딩하듯 설계하는 사람.

그들이 정보 과부하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 복잡함,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생각정리 그만하고, 생각코딩하라.


참고문헌

인지과학 및 정보처리

  1. Miller, G. A. (1956). “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 Some limits on our capacity for processing information.” Psychological Review, 63(2), 81-97.
  2. Baddeley, A. (2000). “The episodic buffer: a new component of working memor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4(11), 417-423.
  3. Craik, F. I., & Lockhart, R. S. (1972). “Levels of processing: A framework for memory research.”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11(6), 671-684.

학습 전략 및 노트 테이킹

  1. Pauk, W. (1962). How to Study in College. Houghton Mifflin. (코넬 노트 시스템의 원전)
  2. Kiewra, K. A. (1989). “A review of note-taking: The encoding-storage paradigm and beyond.”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1(2), 147-172.

지식 관리 시스템

  1. Ahrens, S. (2017). How to Take Smart Notes: One Simple Technique to Boost Writing, Learning and Thinking. CreateSpace Independent Publishing.
  2. Luhmann, N. (1981). “Kommunikation mit Zettelkästen: Ein Erfahrungsbericht.” In Kieserling, A., Marian, B. (Eds.), Niklas Luhmann: Short Cuts.

추천 도서

  • 바버라 민토 (2004). 『논리의 기술』. 더난출판.
  • 다치바나 다카시 (2001).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청어람미디어.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두뇌최적화

    2025.07.10

    공부해도 기억이 안 나는 이유? 뇌과학이 말하는 진짜 공부법: 이해와 연결

    • 두뇌최적화

    2025.07.06

    누구나 할 수 있는 로지컬씽킹의 기술

    • 두뇌최적화

    2025.07.06

    뇌과학이 밝혀낸 천재의 비밀: 신경가소성과 미엘린

현재 연관 글이 조회 되지 않습니다.